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특수임무단 장병들이 현지공항에 도착해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에서 내리는 모습. 국방부 제공
아프리카 부근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우려했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현실화했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인 19일 현재 확진자가 247명으로 늘었다. 문무대왕함 전체 승조원의 82%에 해당하는 숫자다. 여러 정황에 비춰보건대, 군 당국의 부실한 대비와 방역에 대한 무지, 초기 늑장 대응이 빚은 ‘인재’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역만리에 장병들을 파병하면서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초기 대응이 지나치게 허술했다. 부대 내 ‘방역 매뉴얼’이 있긴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6월28일~7월1일 군수물자를 싣는 과정에서 외부와 접촉이 이뤄진 데 이어, 2일 첫 감기 증상자가 나왔는데도 감기약을 처방했을 뿐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 뒤 감기 환자가 속출하자 10일에야 코로나19 간이검사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엉터리 검사’였다. ‘신속항원검사’가 아닌 ‘신속항체검사’를 한 것이다. 몸속 항체는 감염된 뒤 2주 정도가 지나야 형성되기 때문에 항체검사로는 초기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방역 공백’이 이어졌다. 부대가 인접 국가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뢰한 것은 첫 감기 증상자가 나오고 11일이나 지난 13일이었다. ‘부실·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함정 집단감염’ 사태는 국방부 등 군 당국의 준비 소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청해부대가 애초 출항할 때 코로나19 초기 진단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실어 보낸 것부터가 그렇다. 청해부대가 군 백신 접종 시작 전에 출항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파병 이후에라도 유엔이나 주변국의 협조를 얻어 백신을 접종하려고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군 당국이 외부 접촉이 제한적인 해상 근무의 특성만 믿고 방역 문제를 안이하게 판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오히려 함정에서는 한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를 위해 위험한 지역에 파견된 장병들이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에 집단감염에 노출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군 당국은 이번 일이 왜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파병부대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촘촘하게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