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 “대구 아니면 코로나 민란”, 대선 주자가 할 소리인가

등록 2021-07-20 18:53수정 2021-07-20 19:17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주자로서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을 잇따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 방문에서 “코로나가 대구에서 시작됐는데 잡혔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얘기 많이 한다.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할 정도로”라는 말을 했다. 코로나19에 대처한 대구의 시민의식을 평가하는 말이라지만, 근거 없이 다른 지역을 폄하하고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망발이다. 코로나19와 싸워온 국민 모두의 희생과 인내를 부정하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지역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계산으로 보이는데, 윤 전 총장이 지향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여당 대변인의 ‘대구 봉쇄’ 실언을 상기시키며 “철없는 미친 소리”라고 비난한 것은 발언의 품격 문제라고 치부하더라도 ‘민란’ 발언은 도를 넘었다. 당장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업종에 따라)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쌓아온 사회적 경험과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노동관이자 기업 편향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주 120시간은 하루 24시간 꼬박 5일을 연속으로 일하거나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하루 17시간씩 근무해야 채워지는 노동시간이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노동이다. 윤 전 총장은 게임 개발자를 예로 들었는데, 정보기술 업계의 고강도 집중노동 관행은 20대 개발자의 사망을 부르는 등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악습으로 비판받아왔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건강,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정치인으로서 이처럼 극단적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주 52시간제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하고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시대적 성찰이 빠진 채 기업 이윤의 극대화에만 매몰된 주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직접 말을 해놓고 ‘말꼬리 잡는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주 120시간’이라는 표현의 배경을 이루는 자신의 노동관이 심각한 문제라는 걸 윤 총장은 명심하기 바란다.

윤 전 총장이 기업 범죄와 관련해 “몇몇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하기보다는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형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현실과 괴리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방지되는 것이지 불법을 처벌하지 않는 미봉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형사처벌로도 억제되지 않는 기업 범죄를 주주들의 민사소송으로 막자는 건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린다. 또 재벌 총수의 범법행위 중 상당수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사익을 챙기는 배임·횡령인데 되려 법인을 처벌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해 800~900명이 일터에서 숨지는 산재 사망사고를 경영진 처벌 없이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다는 사회적 요구로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된 마당에 경영진 면책론을 들고나온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추구해왔다는 검사 출신이 할 말은 더욱 아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