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청해부대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날, 국방부는 장병 후송 작전을 자화자찬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긴급 후송 작전을 왜 하는지를 망각한 어이없는 일이다. 군의 상황 인식과 대처에 심각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서 장관은 사과문에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국민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김부겸 총리는 “우리 장병들의 건강을 세심히 챙기지 못해 대단히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보고자료의 20% 분량에서 “최단기간에 임무를 달성한 최초의 대규모 해외 의무후송 사례”라며 수송기 2대를 투입한 장병 후송 작전을 자화자찬했다. 앞서 ‘오아시스’란 수송작전명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과잉 홍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뿐 아니라 최근 몇달 새 군에선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들 사건·사고의 발생·전개·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양상이 비슷하다. 초기엔 사소한 일로 여기고 허투루 대응했다. 부실급식 논란 때는 ‘일부 부대만의 문제’라고 주장했고,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 때는 ‘공군참모총장에게 바로 보고할 위중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반응했다. 문제가 커지면 책임 전가에 나서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지휘관은 급식, 방역, 장병 인권을 부차적인 부대 관리 업무로 여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군사안보를 넘어 인간의 일상적 삶과 존엄을 지키는 ‘인간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건·사고로 인명 피해가 생기면 전투력이 심각하게 손실된다. 또 국민 신뢰와 부대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장병의 안전이 곧 국가안보인 것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을 보면, 부대의 성패는 지휘관의 책임이며 부대 지휘에 대한 모든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다. 해외 파병 부대의 작전 지휘 책임은 합참의장에게 있지만,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을 지휘 감독하므로 이번 일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 서욱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부실급식,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 등으로 다섯차례 사과를 한 데 이어 이번에 여섯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관의 사과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