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당대표 토론 배틀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첫 ‘일대일 티브이 토론’을 했다. 두 대표는 <에스비에스>(SBS)에 출연해 코로나 방역과 소상공인 지원, 전국민 재난지원금,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 등 정책 현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 확정 판결, 사정기관 출신 대선 주자에 대한 평가 등 정치 현안도 토론 주제에 올랐다.
이번 티브이 토론은 두 대표가 지난 12일 첫 만찬 회동에서 합의한 것이다. 당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국민의힘 내부 반발로 100분 만에 번복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번에 대표 토론까지 성사되는 등 나머지 합의 사항들이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위성정당 문제 해결, 재외국민투표 개선 등 남은 합의들도 충실한 후속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두 대표가 토론에서 정책 현안에 합의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놓은 건 아니다. 상당수 사안에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송 대표는 “검사나 판사는 (국민을) 수사하고 판결하는 대상으로 본다. 이렇게 평생을 훈련된 분들이 (…) 벼락공부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정부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이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됐느냐”며 ‘정권 책임론’을 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국가적 현안에 대해 각자 주장을 펴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말꼬리 잡기를 지양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토론의 품격을 지킨 것도 신선했다.
물론 격렬한 진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양당 대표의 티브이 토론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고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여야 간 대치가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야가 서로 대화하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최대한의 협의와 타협이라는 절차 위에서 다수의 결정에 승복하는 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대표가 앞으로 토론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가능하다면 토론을 정례화해 ‘대화 정치’가 뿌리내리는 하나의 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