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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폭력 2차 가해자 사망 부른 군 ‘기강 해이’ 참담하다

등록 2021-07-26 20:54수정 2021-07-27 02:11

서욱 국방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공군 중사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 혐의로 구속 기소돼 국방부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던 ㄴ상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몇달 동안 부실 급식, 공군 중사 성폭력,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벌어져 충격을 더한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군의 기강을 다잡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26일 국방부와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군 ㄴ상사는 지난 25일 오후 2시51분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미결수 수용시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인근 민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4시22분께 숨졌다. ㄴ상사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방부는 “수사기관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결수 수용시설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국방 지휘부가 근무하는 핵심 시설인 국방부 안에 있다. 국방부 영내 시설에서 피고인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이 시설은 민간 구치소에 견주면 규모도 작고, 밤낮없이 1~2분 간격으로 군사경찰이 복도를 순찰한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대낮에 사망 사고가 났으니 국방부 직할부대인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가 수감자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군 성폭력 사건은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할 만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 사건이다. 군인권센터는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는데도 국방부의 상황 인식이 안일했다”며 “명백한 관리 소홀”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공군 성폭력 사건은 다음달 6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ㄴ상사가 숨져 사건 은폐와 2차 가해 진상 규명을 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ㄴ상사는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중사의 상관으로, 성추행 당일 회식을 주도했고 이튿날 피해자의 피해 호소를 듣고도 피해자와 피해자 남편에게 선처를 종용하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군 성폭력 사건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 8월 중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동해안 경계 실패, 부실 급식, 공군 성폭력 사건, 청해부대 집단감염 등으로 여섯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근 군의 총체적 난맥상에 서 장관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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