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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점 흔들림 없이 3관왕 오른 안산, 자랑스럽다

등록 2021-07-30 19:50수정 2021-07-30 19:54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산 선수가 30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여자 양궁은 우리나라에 수십년 동안 올림픽 금메달 텃밭이나 다름없는 종목이었지만, 대회 3관왕을 차지한 건 안 선수가 최초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고 귀한 성취를 이뤄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터무니없는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한 안 선수에게 축하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안 선수 개인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도 벅찬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가슴 가득 안겼다.

안 선수가 ‘금 과녁’을 명중시킨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은 단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상대인 옐레나 오시포바 선수(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밀리던 흐름을 뒤집은 대역전극이기에 감동의 크기가 훨씬 더하다. 그 점에서 안 선수의 3관왕은 우리 양궁 대표팀 전원이 거둔 성적이나 다름없기도 하다. 2관왕에 오른 김제덕 선수를 비롯해 양궁 대표팀 전원이 1개 이상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훈련 때부터 다 같이 실력과 정신력을 담금질하고 서로를 북돋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기의 과정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고, 매순간의 긴장을 즐길 줄 아는 태도 또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은메달을 땄다고 스스로 풀 죽고 자책하던 예전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양궁 대표팀을 비롯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승패 못지않게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이 확연하다. 이게 바로 스포츠 정신의 정수일 것이다. 31일 열리는 양궁 남자 개인전도 결과를 떠나 ‘과정의 금메달’을 기대한다.

안산 선수의 3관왕은 스포츠 분야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 선수가 김제덕 선수와 혼성 종목 금메달을 딴 뒤, 그의 쇼트커트 머리를 두고 때아닌 페미니즘 시비가 일었다. 왜 쇼트커트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한 걸 두고 일부에서 페미니스트 비난을 퍼부은 건, 페미니즘을 향한 우리 사회의 백래시가 얼마나 왜곡된 형태로 분출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신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올림픽 경기 도중에 이토록 황당무계한 소식을 접했을 안 선수의 심경이 어땠을지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안 선수가 결승전 슛오프에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날린 마지막 화살은 우리 사회 일각의 비뚤어진 성 인식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것이기도 하다. 안 선수의 3관왕이 더없이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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