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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혐오’에 기대는 정치, 그만둬야 한다

등록 2021-08-01 18:05수정 2021-08-02 02:37

지난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해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가 시상대에 오르며 두 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해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가 시상대에 오르며 두 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여혐’ ‘남혐’을 거론하며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행태가 거세지는 느낌이다. 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 선수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난과 관련해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페이스북에서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혐오) 용어 사용에 있다”고 주장한 건 대표적이다. 최근 문제가 된 ‘쥴리 벽화’가 표현의 자유 논란을 넘어 ‘페미니즘 논란’으로 번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남녀 갈등을 부추겨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 하거나, 페미니즘 이슈를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소재로만 활용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양준우 대변인은 30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지만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했던 게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안산 선수가 ‘오조오억’ ‘웅앵웅’이란 단어를 쓴 적이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올림픽에 출전 중인 선수에게 짧은 머리나 특정 단어를 이유로 무조건 비난을 퍼붓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에 있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안산 선수에게 많은 국민이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 대변인의 주장엔,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젊은 남성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미니즘에 관한 토론은 필요하지만, 이렇게 정치적 이해로 접근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 정치의 본령은 사회적 갈등 완화와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지, 갈등 증폭이 아니다.

쥴리 벽화 논란이 ‘페미니즘 논란’으로 번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이 사안은 ‘표현의 자유’가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활용될 때 어느 선까지 용인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 점에서 쥴리 벽화는 선을 넘어섰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성가족부를 공격하고, ‘페미니스트들은 뭐 하고 있냐’는 식으로 논란을 확산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은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며 이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인 사안을 모두 페미니즘과 연결시켜 이슈화하고 정치적 공세를 펴는 행위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혐오’에 기댄 정치공세를 그만두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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