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중근 부영그룹 전 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 전 회장의 가석방이 승인됐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13일 이 전 회장이 가석방된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이번 가석방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전 회장은 수많은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장본인이다.
이 전 회장은 2020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그해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8년 2월 구속기소됐다가 1심 선고 전인 그해 7월 보석 허가를 받기까지 161일간 수감생활을 한 것을 포함하면 형기의 80%가량을 복역했다.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번 실형 선고 이전에도 2004년 회사 자금 횡령으로 구속기속돼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전 회장은 전국의 수많은 임차인들의 원성을 산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가석방은 더욱 문제가 크다. 부영은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숱한 부실공사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또 임대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환 가격을 부풀려 수많은 임차인으로 하여금 피눈물을 쏟게 했다. 이 부분은 형사 처벌은 면했지만, 지금도 전국 각지의 임차인들이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200여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아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1심 판결 전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법원이 병원과 법원 외에는 외출이 금지된 병보석이 아니라 3일 이상 여행이 가능한 일반 보석으로 풀어줘 ‘황제 보석’이란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 형량을 크게 낮춰주면서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들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0일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감염병에 취약한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상황을 고려해 평소보다 가석방 허가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도 교도소가 좁아 풀어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광복절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공정의 가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