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6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을 향한 새로운 제안은 없었지만,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담겼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에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강제동원·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수출 규제 등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한-일 관계의 교착 상태를 임기 안에 풀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사 문제의 해법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해방 다음날 일본과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선언한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1891~1965) 선생의 연설을 인용하며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을 강조했다. 역사 문제는 원칙에 따라 풀어가되 한-일 관계를 개선해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날도 일본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종전(패전) 76주년 전몰자(전사자) 추도식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책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등 일본의 피해 사실만을 강조했고, 한반도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 등 가해 역사에 대해선 역대 총리들이 언급해온 “깊은 반성”과 “애도의 뜻”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위해 아베 전 총리가 제창한 “적극적 평화주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스가 총리는 또 이날 태평양전쟁의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고, 기시 노부오 방위상 등 현직 관료 5명이 13~15일 직접 참배를 했다. 갈수록 우경화하는 일본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미-중 갈등을 비롯해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계속 반성을 거부하고 퇴행적인 태도를 고집한다면, 일본은 더 이상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