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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대재해법 시행령, 시민사회 의견 반영해 보완해야

등록 2021-08-22 18:14수정 2021-08-23 02:10

소설가 김훈씨가 2019년 5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이 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소설가 김훈씨가 2019년 5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이 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터의 죽음’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통과 과정에서 후퇴한 데 이어 시행령마저 부실투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23일 종료된다. 정부는 그동안 제기된 보완 요구를 적극 수용해 법의 실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시행령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경영자가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시행령은 ‘안전 점검→보고→예산·인력 반영’의 과정에서 첫 단추인 점검을 외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외부의 부실한 점검이 원인이 돼 사고가 일어난다면 경영자는 책임을 덜게 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법에서 ‘책임의 외주화’를 용인하는 셈이다. 위험 작업에 2인1조 배치 등 합당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할 의무 등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또 시행령은 중대재해로 볼 수 있는 직업성 질병의 종류에서 뇌심혈관계 질환과 직업성 암 등을 제외해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과로 질병’으로 알려진 뇌심혈관계 질환 중 뇌경색, 심근경색증, 지주막하출혈 등을, 직업성 암 중 폐암, 석면으로 인한 난소암, 피부암, 골수성백혈병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질병의 중대성, 사업주의 예방 가능성, 사업주 책임과의 인과관계 명확성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 질병들이 중대재해 목록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밖에도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보완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법에 이어 시행령까지 이렇게 흔들리는 데는 경영계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해 8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가는 산업재해는 노사의 줄다리기 대상이 될 수 없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기업의 이윤은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소중한 자산이지만 지금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과 억압의 토대 위에 기업의 상부구조와 지속적 이윤을 건설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것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 대 인간의 문제”라고 통찰했다.

정부의 소임 가운데 국민의 생명 보호보다 앞서는 건 없다. 정부는 삶의 터전인 노동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죽음과 대면해야 하는 처지의 국민들을 생각하며 시행령 조항을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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