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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법원이 면죄부 준 것 아니다

등록 2021-08-29 18:22수정 2021-08-30 02:39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2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손 회장 쪽 박재우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2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손 회장 쪽 박재우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손 회장 쪽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27일 ‘금융감독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며 적법하게 징계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손 회장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님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이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내부 통제 책임을 묻는 데 큰 흠결이 있음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디엘에프는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 각국의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디엘에프에서 거액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디엘에프를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이 없는 상품인 것처럼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이 최대 80%까지 손실을 배상하도록 하고, 당시 은행 경영진이던 손 회장 등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했다.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금감원이 제재 사유로 든 5가지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4가지는 제재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 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 조처는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판결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는데, 사후 처분마저 솜방망이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당국은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 고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법령 정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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