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9월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판 뉴딜펀드’의 운용을 총괄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한국성장)의 운용본부장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 운용본부장이라면 자산 운용에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무리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판 뉴딜펀드는 정부가 지난해 7월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변화 대응 및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을 제안한 것이다.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을 출자해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모펀드를 조성해 투자 위험의 일부를 우선 부담한 뒤, 민간 자금을 매칭하여 자펀드를 만드는 구조다. 이런 국민 참여형 정책펀드 형태로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뉴딜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일반 국민을 포함한 민간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전문가가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이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현선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를 투자운용2본부장(전무)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황 감사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을 거쳐 지난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정부 출범 직후엔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2019년 유암코 감사로 임명될 때도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한술 더 뜬 셈이다.
한국성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8월에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 둘로 쪼개 2본부에서 뉴딜펀드를 총괄하게 했다. 이런 조직 개편 직후 자산 운용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권 인사를 담당 임원으로 앉히려 하니, 더욱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성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출자해 2016년 설립한 정책금융기관이다. 이번 인사에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펀드 운용의 생명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이다. 투자 대상 기업이나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펀드 조성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욱이 한국판 뉴딜펀드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5개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하며 국민들에게 참여를 권했던 펀드다. 그만큼 운용 책임자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황 감사를 임명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그렇지 못한 낙하산 인사라면 즉각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