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장병 중 음압 이송 카트(빨간 원)로 중증 환자들이 먼저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8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됐다기보다는 관련된 기관(부서) 모두에 각각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요지다.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모든 부서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공동책임론’인 셈인데, 발표 내용을 보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월22일 감사 대상인 국방부가 ‘셀프 감사’에 나설 때부터 ‘면피용 맹탕 감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
국방부 감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런 감사를 뭐 하러 했는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한달 반 동안 감사를 하고도 감염 경로는 물론이고 방역 대책과 부실 대응, 늑장 보고의 책임 소재도 전혀 규명하지 못한 것부터가 그렇다. 방역과 파병, 부대 관리 등에서 정책 실패가 있었던 게 분명한데도, 국방부는 특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국방부는 지난 7월10일 청해부대의 다수 ‘감기’ 환자 발생 최초 보고가 국방부 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올라가지 않은 것에 대해 “보고 체계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고 “바로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청해부대 출항 전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고, 출항 뒤에는 백신 접종을 위한 적극적 대안 검토가 “다소 미흡했다”고 했다. 파병 부대원 301명 중 90.4%(272명)가 코로나 양성으로 조기 귀국한 초유의 사태와는 한참 동떨어진 안이한 인식이다. ‘제 식구 감싸기’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감사는 애초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방부 국장급 공무원이 책임자인 감사관실은 상관인 국방부 장관, 차관, 합참의장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 국방부는 합참에, 합참은 해군에, 해군은 청해부대에 책임을 전가했다. 국방부 자체 감사는 국방부와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고 책임은 실무부서에 떠넘기는 식으로 끝났다. 국방부와 합참 등 군 수뇌부는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번 감사 자체가 감사 대상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결국 국민 불신만 더 커졌다. 정부는 감사원 감사나 민간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를 다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