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부터), 안상수, 원희룡, 최재형,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티브이(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불미스러운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하루 뒤인 16일에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 4명이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을 폭행하려다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후보자나 선거 캠프가 의도한 상황은 아닐 테지만, 선거판에 으레 있는 ‘잡음’ 정도로 봐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홍준표 후보 쪽 말을 들어보면, 16일 서울 중구 <티브이(TV)조선> 사옥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가 끝난 뒤 윤 전 총장 지지자로 보이는 4명이 홍 의원에게 달려들었고, 이들을 막는 과정에서 홍 의원 캠프 관계자가 다쳤다고 한다. 당내 경선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 캠프는 최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만난 자리에 홍 의원 캠프 관계자가 동석했다는 윤 전 총장 쪽의 주장을 계기로 공방이 격화됐다.
사건 직후 윤 전 총장 캠프가 “불미스러운 사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나타내고, 홍 의원 쪽도 별도의 법적 조처는 하지 않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 후보 사이의 1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감정싸움이 격화되다 보면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우발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폭력은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지자들이 벌인 일이니 후보나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을 게 아니라, 후보 자신이 나서 엄중히 자제를 촉구하고 단호한 재발 방지 조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폭행 연루자들의 당원 자격 여부를 확인해 합당한 징계를 하는 게 맞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15일 이재명 지사 지지자를 때린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는 “이 전 대표가 건물 안에서 회의를 하는데, 바깥에서 예의도 없이 이 지사 지지 기자회견을 해 화가 났다”는 이유를 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잘못된 일로, 정중하게 사과한다”고 했으나, 이와 별개로 당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대선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선거판의 폭력 사건은 정치 불신을 더욱더 키울 뿐이다. 여야 각 당과 후보 캠프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