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추석 연휴 직전인 17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손실보상의 대상,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안 등을 구체화했다. 이로써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인한 자영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체계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법령 정비가 마무리됐다.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지 않고도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매우 좁은 범위로 한정됐다. 보상 수준도 실제 손실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국무회의가 의결한 시행령은 보상 대상을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로 영업장소 내에서 집합을 금지하여, 운영 시간의 전부(집합 금지) 또는 일부를 제한하는 조치(영업시간 제한)를 받은 경우’로 규정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영업 행태에 제한을 가한 경우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또 헬스장 등 체육시설의 샤워실 운영 금지, 숙박업소의 투숙객 수 제한 등 조처로 매출이 줄었어도, 이런 조처에 따른 손실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끝내 허탈하게 만드는 시행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손실을 어느 정도 보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상금 산정 방식은 법 시행 당일인 10월8일 처음 열리는 손실보상심의위 의결을 거쳐 고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태도로 보면, 보상 수준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정부는 7~9월분 손실보상 재원으로 추가경정예산에 6천억원만 편성했다가 국회가 심의를 거쳐 1조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는 1조8천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이 모두 집행되더라도 지원 대상과 규모는 손실보상법이 마련되기 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한 7월 이전에 정부가 자영업자 피해 지원을 위해 지급했거나 현재 지급 중인 예산은 17조원가량이다. 분기당 3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소상공인들은 한계 상황에 계속 내몰려왔다. 정부는 이번 법령 정비를 두고 ‘세계 첫 제도적 기반 마련’이라고 자랑하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손실보상법의 한계를 직시하고 별도의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피해는 더 커가는데 법을 만든 뒤 지원이 오히려 줄어든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