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손실보상 심의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소상공인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3분기 손실보상 기준을 확정했다.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업종에 대해 2019년 7~9월 대비 올해 7~9월 하루 평균 손실액을 산정해 일정 액수를 보상한다는 게 골자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손실보상제는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에게 예측 가능한 보상제도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임 인원 제한 등 영업 행태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 샤워실 같은 부대시설 이용을 금지한 헬스장, 매출 감소가 큰 여행·관광·공연업 등이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개정·공포한 소상공인보호법은 집합금지·영업제한 외에도 행정명령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업종에 대해서도 “피해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지원을 한다”고 명문화한 만큼, 법 개정 취지를 살려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손실보상 수준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이날 공개된 손실보상 산식에는 ‘꼼수’가 숨어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피해 보상을 할 때 코로나 이전 대비 매출 감소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지급한다. 캐나다 같은 나라는 임차료 같은 고정비는 이와 별도로 계산해서 지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손실보상 산식이 매우 복잡하다. 매출 감소액에다가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과 영업이익률을 더한 값을 곱해서 손실액을 산정한다. 즉, 매출 감소액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 매출 감소액에다가 고정비 비중과 이익률을 곱함으로써 매출 감소액을 대폭 낮춰버린 것이다. 이것마저도 다 인정해주는 게 아니다. 보정률(피해인정률) 개념을 도입해 80%만 인정해준다. 정부가 예시한 사례를 보면, 2019년 8월 매출액이 5600만원에서 올해 8월 4200만원으로 1400만원이 감소한 경우, 8월 손실보상금은 392만원에 그친다. 매출 감소액 대비 손실보상률이 28%에 불과한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정부는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을 지급할 때도 지원금을 대폭 늘려 “두텁고 넓게”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달랐다. 상한액을 2천만원까지 높였으나, 상한액을 받은 소상공인은 지급 대상의 0.3%(5400여명)에 그쳤다. 그 다음 구간인 1400만원을 받은 소상공인도 0.7%에 불과했다. 반면 47%는 200만~400만원, 45%는 100만원 이하를 받았다. 대다수 소상공인은 한달치 고정비 보전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인색한 보상은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는 소상공인 피해 지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으로 나오는데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올해 세수 추계 오류가 무려 31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세수가 이보다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피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추가로 들어오는 세수를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더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