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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구태 따라 한 하림의 민낯

등록 2021-10-28 18:40수정 2021-10-28 18:44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 순위 31위인 하림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홍국 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오다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과 사익 편취’ 혐의로 하림그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회사 재산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불법행위로 엄중한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김 회장은 2012년 당시 20살이던 아들 김준영씨에게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올품(옛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증여했다. 그 이후 하림 계열사들은 2017년까지 5년 동안 올품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 약품 수요자인 하림 계열 양돈농장들은 동물 약품 구매 방식을 기존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통합 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고가로 매입해줬다. 또 계열 사료회사들은 사료첨가제 구매를 올품으로 변경했다. 올품은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안 하면서 구매 대금의 약 3%를 ‘통행세’로 받았다. 아울러 하림 지주사는 보유 지분을 올품에 저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올품이 이익을 얻게 했다. 이 3가지 불법행위를 통해 올품이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이다.

이런 일들은 김 회장이 아들에게 올품 지분을 전부 물려준 직후부터 벌어졌다. 하림그룹이 2010년 8월 김 회장에게 “법인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음”이라고 보고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계열사의 고가 구매나 통행세 지급에 관여한 직접적인 증거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게 이유라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가장 큰 해악 중 하나다. 총수 일가가 소유한 기업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다보니 같은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처음부터 경쟁 기회를 박탈당한다.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또 회사 재산을 이용해 부와 경영권을 편법으로 세습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다. 이런 점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3년 이하 징역형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기존 재벌들은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세습해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림은 2016년에 대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됐는데, 재벌의 나쁜 행태부터 따라 한 셈이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가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범죄인 만큼 더욱더 엄정하게 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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