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더 늦기 전에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선진화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며 “첨단 과학과 첨단 기술의 힘으로 국가 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당선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공약했다. 안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세번째다. 2012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중도 사퇴했고, 2017년에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서 득표율 3위(21.4%)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도전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들은 네거티브와 과거 발목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능력도 도덕성도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여야 대선 주자들을 모두 비판했다. 여야 거대 정당 주자들과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세번째 대선 출마 명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안 대표가 보여온 정치 행태에 비춰볼 때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의 주장에 동의할지 의문이 든다. 당장 이번 출마를 두고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할 때 ‘2022년 대선 출마 의지를 접은 것으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약속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시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을 서울시장 후보로 뽑아주지 않았으니까 자신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유치한 말장난으로 들린다. 안 대표는 또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서면서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선거 뒤엔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국민과 한 약속을 뒤집는 일이 반복돼온 것이다.
중간평가 공약도 생뚱맞다. 중간평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놨다가 당선 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1989년 철회한 것이다. 법률적으로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자신의 정치 철학과 노선을 관철하기보다는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안 대표가 대선 출마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려 한다면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진솔한 반성과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