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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금도 늦은’ 탄소중립, ‘더 늦추자’는 무책임한 주장들

등록 2021-11-02 18:12수정 2021-11-02 20:53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국제사회에 공식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 이번 감축 목표를 두고 국내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다른 주요 국가들이 감축 목표에서 후퇴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과도하게 감축을 서두르는 발표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일 <조선일보>가 “탄소 중립 폭주” “정부의 무모한 친환경 드라이브”라고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여론몰이는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값싼 전기’를 최대한 더 사용하려는 재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탈탄소 경제’로 나아가고 있는 흐름에 역행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다.

한국은 애초 너무 낮게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이번에 감축 목표를 14% 올린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연평균 4.17%씩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2.81%)이나 유럽연합(1.98%)에 비해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오랫동안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해온 것의 역설적 결과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꾸준히 탄소 배출를 줄여왔지만, 한국은 2013년까지도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7기 신설 계획을 확정하는 등 정반대로 갔다. 그 결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이면서 탄소 배출 규모는 세계 7위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밀린 숙제를 뒤늦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의 반대 등으로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50년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도 세계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규칙에 합의하기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움직임 때문에 ‘탈탄소 시대’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고 되돌려서도 안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홍수, 대형 산불 등으로 인명 피해, 농·어업 손실, 기후 난민 확산 등이 현실이 되고 있다. 또 경제적 논리로만 보더라도, 이미 미국과 유럽은 탈탄소를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탄소세와 탄소국경세 등도 도입하고 있다.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화석연료를 좀 더 오래 써서 기업 이윤을 남기겠다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 무역체제 변화와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고, 자연 재해와 식량난 등으로 더 큰 손실를 입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의 큰 방향과 원칙 위에서 탈탄소 정책으로 타격을 받게 될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또 미루자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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