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대통령선거 공론장에서 난데없이 ‘로봇 학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로봇 전시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개 형상의 ‘4족 보행 로봇’을 넘어뜨리는 장면을 두고 일부 언론과 논객이 과격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후보는 1일 “로봇 테스트를 했더니 앞부분을 잘라 로봇을 학대했다는 식은 저를 난폭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선거에서 정작 중요한 어젠다는 외면하고 가십성 시빗거리만 부각시키는 일각의 행태가 한심하다.
이 후보 쪽은 재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로봇이 외부 충격을 견디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는지 시험한 것이며, 전시 관계자의 권유에 따라 이뤄진 일을 돌출 행동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언론은 뒤집힌 로봇이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다고 사실과 정반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로봇이라고 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함부로 다루거나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시 관계자와 조율된 테스트라는 전후 맥락을 지운 채 ‘학대’니 ‘과격 행동’이니 하며 공격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논란을 보며 더 안타까운 것은 대선 과정에서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많은 문제들이 이만큼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 문제다. 비참하게 죽음을 맞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지난달에는 전남 여수의 특성화고 실습생 홍정운군이 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이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지는 충격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대책을 촉구한 것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유일하다. 심지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다. 후보들의 공감 능력은 이런 사안에서 우선 검증돼야 마땅하다.
대통령선거는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역량과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마당이다. 이에 걸맞은 자질과 정책 검증이 이뤄져야 품격과 내실을 갖춘 선거가 될 수 있다. 로봇을 대하는 태도까지 감시하는 고도의 ‘생명 감수성’으로 후보들의 정책을 뜯어봐야 한다. 후보들도 국민의 삶에 직결된 사안들에 대해 잘 준비된 정책 공약을 내놓고 희망을 주는 경쟁을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