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서울지역 428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오새훈 시장의 노동, 민생, 시민참여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시가 지난 1일 ‘민관 협치’ 관련 예산을 절반가량 줄인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10% 가까이 총예산을 늘려 잡았으면서도, 오세훈 시장의 ‘눈 밖에 난’ 사업들의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 대한 오 시장의 왜곡된 인식이 반영된 것 같아 우려스럽다. 오죽하면 ‘예산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서울시의 민관 협치 예산 삭감은 오 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며 추진해온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예산이 대폭 삭감된 사업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청년, 사회적 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들이다. 대체로 민간위탁·보조 형태로 시민단체가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바뀌면 단체장 철학에 따라 역점 사업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이 된 민관 협치 사업들은 서울시와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궈온 성과물이다.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돼 전국으로 확산된 사업도 적지 않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청년 참여 기구 등이 그런 예다. 2019년 시작된 청년자율예산 제도를 통해 제안된 ‘청년 월세지원 사업’의 경우, 오 시장이 주요 청년 공약으로 삼기도 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민관 협치에 대한 몰이해와 시민단체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9월엔 시민단체와 협력하고 지원하는 일을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인출기’ ‘다단계 피라미드’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또 8월에는 ‘나랏돈으로 분탕질’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민관 협치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주택 사업’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려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오 시장은 민관 협치보다는 관(행정기관)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낡은 사고다. 시민들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적극 나서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서울지역 시민단체들이 꾸린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 후퇴’와 ‘관료주의 회귀’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관치 시대’로 되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