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게 돼 있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자들의 표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불과 10개월 전에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일을, 시행을 두달 앞두고 고치겠다니 참으로 무책임하다. 국정 운영을 이렇게 조변석개하듯 해선 안 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당정 또는 상임위(정무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밝히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몇몇 여야 의원과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이 제기한 과세 연기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연말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25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 20% 세율로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하기로 확정한 사안이다. 물론 그 뒤로도 노웅래 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과세 유예 법안을 여러 건 냈다. 하지만 9월 말 당·정·청 회의에서 유예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가상자산을 정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투자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 등의 이유로 과세 연기를 주장하는데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보다는 지난 4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를 2023년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와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선거 지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안면몰수하고 나선 것 같다.
없던 세금을 새로 물리거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납세자들의 반발 탓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만큼, 법률로 확정한 과세를 연기·보류하는 것은 극히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말에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식 양도세 강화 방안을 유예했다. 2021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방침을 없던 일로 한 것이다. 2017년에 확정한 일을 시행 직전에 바꿨다.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땅에 떨어트리는 일일 뿐 아니라, 이렇게 한다고 해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왜 이걸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