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묘지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윤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지만, 욕설이나 과격행동은 철저히 피하는 모습이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전두환 미화’ 발언과 ‘개 사과’ 사진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망언 파동을 일으킨 지 22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닷새 만이다. 늦게나마 광주를 직접 찾아 피해 유족과 시민들 앞에 사과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분별없는 언행으로 상처 입은 광주시민과 국민의 마음이 아물려면 진정 어린 사과와 더불어 실효적인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 후보는 광주 방문 첫날인 이날 오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가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빚어진 역사관 논란을 의식한 듯 “저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애초 5·18민주묘지 추모탑에 헌화·분향을 할 계획이었으나, 참배를 반대하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을 한 뒤 사과문을 읽었다.
윤 후보가 현지의 부정적 여론과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예상하고도 후보 확정 뒤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것은 정치적으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의 이런 선택이 ‘전략적 합리성’의 차원을 넘어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후속 조처들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한 문답에서 “5·18 정신은 당연히 개헌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늘 주장해왔다”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허위사실과 날조로 본질을 왜곡하는 건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우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부터 대선 공약에 넣길 바란다. ‘5·18 왜곡·폄하 3인방’(김진태·이종명·김순례 전 의원)에 대해서도 출당·제명을 통해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날 윤 후보가 사과문을 읽는 동안 추모탑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시민들은 윤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는 구호만 외쳤을 뿐 욕설이나 과격한 행동은 철저히 피하는 모습이었다. 망언으로 아픔과 상처를 준 당사자 앞에서 애써 평정심을 지킨 광주시민들의 인내와 민주의식에 경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