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베이징의 중국공산당 박물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련된 전시 자료 앞을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공산당이 100년 역사에서 3번째 ‘역사 결의’를 내놓았다. 11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통과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역사결의를 통해 당의 노선을 정하고 최고 지도자의 권력을 확립해왔다. 1945년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는 소련 노선을 추종한 전임 지도부의 오류를 비판하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주장한 마오쩌둥이 종신집권하는 기반이 되었다. 1981년 역사결의는 “인민공화국 창설 이래 가장 심각한 퇴보와 손실을 초래한” 문화대혁명을 비판하고, 개혁·개방을 주장한 덩샤오핑의 권력을 확고히 했다. 이번 역사결의는 반성과 노선 재정립이 아닌,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의 ‘성취’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고 장기집권으로 나아가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역사결의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요약해 발표된 공보는 시 주석의 업적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하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화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라고 치켜올렸다. 7400여자 분량의 공보 가운데 시 주석의 업적과 관련된 분량이 2500자 정도로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까지 다른 4명 지도자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도 ‘마오쩌둥 시기’ ‘덩샤오핑과 그 후계자인 장쩌민·후진타오 시기’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신시대’의 3단계로 구분해, 시진핑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중국 공산당의 3대 지도자 반열에 올렸다. 시진핑 시대의 지난 9년에 대해서는 “역사의 주동 정신, 거대한 정치적 용기, 강렬한 책임과 담당을 가지고… 오랜 기간 해결하려 했지만 못했던 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큰 일을 이룩했으며, 당과 국가 사업에 역사성 성취를 추동했고 역사성 변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 주석을 핵심으로 일치단결해야만 ‘공동 부유’를 이뤄내고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을 부각시켰다. 과도한 개인숭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집단지도체제’는 지워지고, 최고지도자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집중통일영도’ 체제가 확고해졌다.
중국이 역사적 전환을 통해 보여주는 거대한 변화는 한국에도 큰 질문을 던진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애국주의를 강화하면서 힘으로 주변국을 굴복시키려 하는 반면 배려나 포용성은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조처와 한한령, 중국의 강경한 애국주의 강화 속에서 벌어지는 한-중 ‘문화 종주국’ 논쟁 등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내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 인한 긴장 고조 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중국 모델’을 강조하고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 미-중 패권 경쟁은 장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직시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한국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한국 외교의 길은 한-중 관계의 미래와 미-중 갈등을 아우르는 중장기적이면서도 치밀한 전략 위에서 모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