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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야구장은 괜찮고 집회는 안 되는 건 무슨 경우인가

등록 2021-11-14 18:19수정 2021-11-15 02:34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 집회를 예고한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이 경찰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 집회를 예고한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이 경찰 차벽으로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민주노총이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서울 도심에서 연 전국노동자대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이 ‘원천 봉쇄’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우려가 컸는데,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집회가 끝나 다행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대에 유독 집회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내세워 기계적으로 집회를 불허했다. 특히 경찰은 버스로 차벽을 세워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집회 주최자 등을 처벌했다. 지난 7월에 열린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 때도, 지난달 총파업 집회 때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이 와중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영업시간이나 사적 모임 제한 등에서는 다소 유연한 대응을 하면서도 집회에 대해선 경직된 태도를 고수했다.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마저 금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집회를 하게 되면 다수가 모여 구호를 외치기 때문에 방역상 위험하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야구 경기장에서는 1만명이 훌쩍 넘는 관중이 모이고 있다. 1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도 좌석 1만6200석이 매진됐다. 응원과 함성은 금지라지만 단속할 방법도 없다. ‘접종 완료자 구역’에서는 ‘치맥’도 허용된다. 그런데 집회는 여전히 99명(접종 완료자만 참여하면 499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위드 코로나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찾자는 것이다. 왜 유독 집회만 예외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통로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기도 하다. 방역을 이유로 손쉽게 집회를 제한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민주주의가 숨 쉴 공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다른 분야에선 ‘일상 회복’을 추진하면서 집회의 자유만 회복하지 않는다면 방역을 이유로 언로를 억압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집회의 자유를 더 넓게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방역과 기본권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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