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사형 광고’ 제재가 “국민 알권리 제약”이라는 연합뉴스

등록 2021-11-14 19:11수정 2021-11-14 21:48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연합뉴스> 사옥. 사진 <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연합뉴스> 사옥. 사진 <미디어오늘>
<연합뉴스>가 18일부터 최소 1년 동안 네이버와 다음의 첫 화면과 뉴스 섹션에서 사라진다. 광고를 기사인 것처럼 속여 내보낸 사실이 적발돼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것이다. 연합뉴스가 내보낸 이런 ‘기사형 광고’가 지난 10년 간 2천여건이나 된다.

언론사와 포털의 기사 제휴·제재를 심사하는 제평위는 12일 재평가(제휴 유지·강등·퇴출 여부 평가)에서 연합뉴스의 제휴 지위를 강등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제평위는 연합뉴스에 대해 지난 9월8일부터 32일 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재평가는 벌점이 누적된 언론사를 대상으로 포털과 제휴를 시작할 때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절차다. 제평위가 제휴 강등을 권고했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 화면에 바로 뜨지 않고 검색을 해야만 볼 수 있다. 또 이들 포털로부터 광고 수입 배분과 기사 전재료도 받지 못한다. 재평가를 다시 받으려면 1년 뒤에야 신청이 가능하다.

연합뉴스가 기업의 홍보 보도자료를 기사인 것처럼 내보낸 이유는 돈 때문이다. 포털에 홍보 보도자료가 아닌 기사로 나가야 더 많이 노출되고 광고 효과가 높아진다. 광고주가 선호한다. 하지만 이처럼 독자를 속이는 것은 ‘언론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법 위반이다. ‘신문 진흥법’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합뉴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평위 결정 직후 자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담은 “포털 퇴출 결정 부당…국민 알권리 제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상단에 며칠째 올려 놓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포털 퇴출에 준하는 이번 조치는 언론사의 뉴스서비스 활동을 현저히 침해하는 과도한 결정이자 명백한 이중 제재“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평위는 어떤 이유로 연합뉴스와 독자 사이의 통로를 차단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납득할 만한 근거와 기준을 분명히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결정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적 조처 등 다각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을 위해 독자들을 기망해놓고 “국민 알권리 제약”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매년 300억원대의 지원금을 받는다. 어느 언론사보다 언론윤리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언론중재법 사태’를 계기로 언론계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강력하고 실효적인 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언론계 전체가 연합뉴스의 사례를 엄중한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지는 것을 기화로 여겨 언론사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 수 경쟁에 나선다면 ‘공멸’을 부를 것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