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으로 상위 10% 계층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이 하위 10% 계층 평균 가액의 41배(2019년)에서 47배(2000년)로 커졌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업체 모습. 연합뉴스
집값 급등은 집 없는 이들의 주거 비용을 끌어올리고, 앞날에 대한 불안을 키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 사이에, 집값이 크게 오른 고가 주택 보유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자산 격차를 키워 불만의 원천이 된다. 자산 보유 격차 확대는 자산 소득 격차로 이어지고, 기회의 불균등으로 이어진다. 자산 격차가 소득 격차와 함께 풀기 어려운 숙제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섰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0년 주택 소유 통계 결과’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 소유 가구를 주택 자산 가액 기준으로 10개 계층으로 나눠 보니, 상위 10% 계층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이 13억900만원으로 하위 10% 계층 2800만원의 47배에 이르렀다. 이 배수는 2016년 33.8배에서 2019년 40.9배로 커졌는데, 지난해 더욱 껑충 뛰었다.
주택 자산 격차가 이렇게 커진 것은 하위 10% 계층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상위 10% 계층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이 2019년 11억300만원에서 13억900만원으로 2억600만원(18.7%)이나 올라간 데서 비롯한다. 이들을 포함해 상위 40% 계층은 전년 대비 주택 자산 가액 상승률이 18~23%에 이르지만, 그 아래 계층은 훨씬 낮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는 2020년 1월 공시가격 기준으로 한 것이라, 2020년과 2021년 중 집값 상승분까지 반영하면 주택 자산 격차는 훨씬 클 것이다.
보유세 중과세와 대출 규제 등으로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려던 정부의 노력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다주택자 보유자의 비중은 2014년(13.6%) 이후 2019년(15.9%)까지 커졌다가 지난해 15.8%로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집값 상승은 주거의 기회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집을 빌려서 살든 내 집을 장만해서 들어가 살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주택 자산 보유 격차는 결국 기회의 불균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경기 운영이나 주택산업 차원의 고려보다, 주거 안정에 훨씬 큰 무게를 두어야 하는 이유다.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해법을 제시해야 마땅한데, 종합부동산세 폐지 같은 ‘역주행 공약’을 내놓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