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외국인을 입국금지 조처했으며, 향후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13번째 변이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5번째 ‘우려 변이’로 지정한 ‘오미크론’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오미크론 발생국과 인접 국가 등에 대해 서둘러 입국 제한에 들어갔으나, 지난 11일 처음 오미크론이 보고된 뒤 3주도 지나지 않은 29일 현재 전세계 5개 대륙 14개국에서 확진자가 보고됐다. 확산 속도가 더욱 가팔라져 전세계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대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다른 변이 바이러스들이 그랬듯이, 오미크론도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인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생했다. 저소득 국가는 곧 백신에서 소외된 나라다. 고소득 국가들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60%대에 이르고 이미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대세가 됐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접종 완료율은 7%대를 겨우 넘어섰다. 한차례 접종한 비율까지 합쳐도 11%에 불과하다. 백신에서 소외된 저소득 국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전세계 코로나 위기의 진원지가 될 거라는 건 세계보건기구 등이 오래전부터 경고해온 바다.
그런 면에서 오미크론 위기는 ‘백신 불평등’을 방치해온 결과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편적 인류애의 문제일 뿐 아니라 부자마저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문제 앞에서, 주요 국가들이 백신 이기주의와 경제적 이해만 지나치게 앞세운 탓이다.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들이 저개발국들에 백신을 공평하게 지원하자며 ‘로마 협정’을 체결하는 등 말로는 “백신 평등”을 주장하지만, 저개발국들을 위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공급량은 목표의 70%에도 못 미친다.
오미크론 위기에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이 와중에도 화이자 등 백신 생산 제약사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경제 논리에 매몰되면 경제도 부메랑을 맞을 수 있고, 제약사들의 독점이익과 경제 생태계 전체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의 지성들은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8개국 정상은 “모두가 안전해지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로 시작하는 글을 <워싱턴 포스트>에 공동 기고했다. 이제 그 글을 정치적 결단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