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를 찾아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 위촉된 30대 여성 전문가를 향해 “예쁜 브로치”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비판이 빗발치자 “브로치는 여성만 달지 않는다”는 궤변으로 자기 발언을 정당화했다. ‘망언’뿐 아니라, 비판에 대처하는 태도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영입한 것을 두고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전투복 비슷한 것 입고서는 거기에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가 젊은 여성이면 아무리 전문성과 경력을 갖췄어도 얕잡고 희롱부터 하려 드는 시대착오적인 ‘남성 우월주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액세서리로 폄하한 조 교수는 ‘82년생 워킹맘’이자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국방·우주항공 전문가다.
김 위원장의 저급한 인식은 조 교수를 “굉장히 보기 좋은 젊은 분”이라 표현한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조 교수가 집권 여당의 선대위에 중용된 배경을 자기 분야에서 거둔 업적과 실력이 아니라, ‘보기 좋고 젊어서’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그러면서 “보기는 좋은데 이분이 무슨 대중 운동을 크게 한 것도 아니고, 대규모 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고, 학자로서의 역량을 다 보여준 분도 아니다”라고 조 교수를 혹평했다.
더 심각한 건 김 위원장이 비판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명백한 여성 비하” “성차별적 인식에서 나온 망발”이란 여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브로치 발언은) 여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겉만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의 영입을 지적한 것”이라며 “제가 딸 둘만 가진 페미니스트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액세서리나 브로치를 여성만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이 놀랍다.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공당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적반하장이요, ‘아무 말 대잔치’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김 위원장이 내놔야 할 것은 궤변이 아닌 분명한 사과다. ‘모욕하고 폄하할 의도가 없었다’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유감이다’ 따위의 말도 덧붙여선 안 된다. 자신의 발언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런 발언은 왜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건지만 밝히면 된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당 차원의 엄중한 경고와 재발 방지 약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