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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야 실세들 또 ‘쪽지 예산’, 구태 반복한 국회 예산심의

등록 2021-12-06 18:41수정 2021-12-07 02:33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을 끼워넣는 이른바 ‘쪽지 예산’을 대거 포함해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여야 실세 의원들이 비공개로 이뤄지는 ‘밀실 회의’에서 나눠먹기 식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긴 것은 몰염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5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에 정부 원안에는 없는 사업 76개(약 9400억원)가 추가됐다. 이 사업들에는 코로나19 관련 사업도 있지만, 지역 사회기반시설(SOC) 예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태릉-구리 고속도로 사업에 38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구인 태화강-송정 광역철도에는 21억원,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역구인 부전-마산 광역철도에도 30억원이 배정됐다. 예산이 100억원씩 동일하게 불어난 도로·철도 사업도 7개나 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 지역구인 강릉에서 시작되는 강릉-제진 철도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사업 규모가 각각 다르지만 증액 규모가 100억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필요에 의한 증액이라기보다 정치적 분배라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은 신분당선 연장(광교-호매실) 등 35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런 지역구 사업 예산 배정은 공식 기구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아닌 이른바 ‘소소위’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소위보다도 더 작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은 소소위에는 여야 간사 몇명만 참여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기구로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회의 참석자들이 입을 다물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의원들이 막판에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챙길 ‘쪽지 예산’을 밀어넣는 통로로 활용되는 이유다.

이렇게 추가된 예산 중에 필요한 예산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산 배정이 아예 밀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 자체를 검증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한정된 예산이 이런 방식으로 배정되면 꼭 필요한 다른 예산이 줄어든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이 이렇게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구 관리용으로 쓰인다면 누가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 매년 반복되는 이런 구태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소소위를 없애는 등 예산심의 과정을 더욱더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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