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권성동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18 폄훼’와 ‘사회적 약자 비하’ 등 과거 문제 발언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은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결국 사퇴했다. 형식은 사퇴이지만 거센 비판 여론에 밀린 국민의힘이 그를 내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살다보면 젊은 시절에 실수할 수도 있지”(권성동 사무총장)라며 노씨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여론이 계속 악화하자 이날 오후 예정됐던 노씨의 당 정강·정책 텔레비전 연설을 취소하는 등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나흘이 지나도록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채 미적거린 것이다. 당의 돌변한 태도에 “자진 사퇴는 없다”던 노씨도 더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 때 한 ‘5·18 폄훼’ 발언이 지난 6일 불거진 것을 시작으로 노씨의 과거 에스엔에스 발언이 도마에 오른 것만 벌써 10여가지에 이른다. 지난달 5일엔 “검정고시 치른 걸 자랑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아간 사람들을 모욕할 뿐”, “가난하면 맺힌 게 많은데 그걸 이용한다. 치졸하다”라고 썼다. 사회적 약자 비하다. 그는 같은 글에서 “무식한 손석희 얘기를 더 믿고 난리치고 다들 ‘멍청하게’ 광화문으로 나가시더니”라며 촛불 집회 참여 국민을 조롱했다. 지난해 5월엔 긴급재난지원금을 “개밥”에 비유하고 “개·돼지 되지 맙시다”라고 했다. 공동체의 민생 위기 대응을 비하한 망발이다. 지난 9월6일엔 “(코로나는) 독감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자명하지만 오늘도 ‘우매한’ 국민들은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종용하고 감시한다”고 막말을 했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에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는 망언을 했다.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 사회의 상식과 합의를 우습게 여기는 독선과 아집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그가 제1야당의 대선 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건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함량 미달의 인물을 기초적 검증도 없이 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선대위원장에 앉혔고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씩 감싸고 돌았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날 오후 노 위원장 정리 수순에 나선 건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오는 등 여론의 동향이 심상찮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론의 가시적 압박이 없었다면 그냥 넘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아무리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고 ‘국민 통합’을 주장한다고 해도 강성 지지층을 넘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