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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50, 100조’ 숫자놀음 말고 여야정 ‘실질 지원’ 머리 맞대라

등록 2021-12-09 18:46수정 2021-12-09 19:29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라19 방역 조처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놓고 정치권이 또다시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조원 지원’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00조원 지원’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둘 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안 보인다. 공허한 숫자만 내지르는 형국이다. 표를 얻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자영업자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지금 당장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8일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 등 일부 업계는 경제적으로 코마 상태(혼수상태)에 빠졌다”며 100조원을 마련해 피해보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진심이면 환영”이라고 답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4자 회동을 통해 실현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9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할 때 바로 코로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선대위에서 검토하는 사항”이라며 “민주당과 협상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어서 여당과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발을 뺀 것이다.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공허한 ‘숫자놀음’을 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말처럼 ‘코마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살리려면 지금 당장 현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집권하면 하겠다고 한다. 20대 대통령 취임일이 내년 5월9일이다. 지금부터 6개월 이상 기다리라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다. 또 한해의 절반이 다 지난 상황에서 예산 100조원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100조원이면 내년 예산(607조원)의 6분의 1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백번 양보해 예산의 10%를 구조조정한다고 해도 법정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약 250조원)에서 해야 하므로 최대 25조원 안팎이 가능하다. 나머지 75조원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때도 ‘50조원 지원’ 등 말잔치가 무성했으나 실제 자영업자 지원은 2조원 증액에 그쳤다. 이게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현 정부의 자영업자 피해 지원이 미흡한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주장을 공약이라고 내지르는 것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또 하나의 ‘희망고문’만 될 뿐이다. 이미 법제화돼 있는 손실보상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의 범위와 지원 금액을 확대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방역 조처가 다시 강화된 만큼 내년 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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