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수원여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 지원서 경력난에 ‘허위 이력’을 기재한 것과 관련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15일 밝혔다. 윤석열 후보도 김씨의 사과와 관련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부인의 허위 이력과 관련한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부당한 기획 공세’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건희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허위 이력과 관련해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 국민께 불편함과 피로감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씨의 이런 태도는 취재진을 향해 “(허위 이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하던 하루 전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김씨의 이날 발언에는 그동안 제기된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어떤 소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무엇에 대해, 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짧고 두리뭉실한 사과 표현 몇 개만 내놓았을 뿐이다. 당장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사과로 들리는 이유다.
더 실망스러운 건 윤석열 후보의 태도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도 김건희씨의 겸임교수 채용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허위 이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현실과 관행을 제대로 알아보고 기사 방향을 잡으라”고까지 했다. 십수년 전의 관행대로 했을 뿐인데 언론이 부당하게 공격한다는 투였다. 윤 후보의 이런 태도는 김건희씨 사과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기자들에게 김씨의 사과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지원서에 경력과 수상 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은 “조금이라도 미흡한” 일일 수 없다. 다른 지원자가 김건희씨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수원여대 외에도 여러 건이 있다. 이 중 2013년 안양대 사례는 윤 후보와 결혼을 한 뒤의 일이다. 윤 후보가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씨는 ‘허위 이력’ 의혹들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해야 한다. 윤 후보도 의혹 제기를 봉쇄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그게 윤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에도 부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