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 왼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오른쪽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한 데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15일 제도 도입에 찬성 뜻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찬성하는 등 여야의 주요 후보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오랜만에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방증한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입법을 하길 바란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노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가 2016년 산하 공공기관들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경기도·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현재 상임위에 안건 조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재계가 ‘경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지난 8일 공동 입장문에서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거론하며 “입법 절차를 즉시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계의 이런 주장과 달리 노동이사제는 현재 왜곡돼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사외이사제를 도입해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도록 기대했으나 사실상 이사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온 게 현실이다. 사외이사를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 넣은 탓이 크다. 공공기관의 경우엔 정권과 관료들의 부적절한 ‘낙하산’ 임명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또한 노동이사제가 경영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기우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 공공기관들의 기관장·사외이사·노동이사 등 35명을 면접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 세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반면에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저하가 있었다고 응답한 이는 별로 없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1951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19개국이 법제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공기관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과 이사회의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이사회 결정의 집행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도 노동이사제에 대한 경직적 태도에서 벗어나 도입을 수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