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17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채널 사용사업 재승인처분 부관 취소 청구소송’에서 방통위의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결했다. 엠비엔은 지난 2011년 종편 설립 과정에서 555억원의 자본금을 불법 충당하고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엠비엔에 대해 6개월 유예기간 뒤 ‘6개월 업무 및 방송 금지’ 처분을 의결했고, 한달 뒤 승인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당시 방통위의 결정을 두고, 자본금 불법 충당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조건부 재승인’이 아니라 ‘승인 취소’가 마땅한데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도 엠비엔은 방통위가 부여한 17개 조건 중 3개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날 “원래대로 하자면 승인 처분이 날 수 없는데 승인이 됐고, 방통위가 승인 취소 대신 재승인을 하면서 부관을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엠비엔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엠비엔이 소송을 낸 3개 조건은,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모제도를 시행해 방송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법원 결정을 떠나 상식적으로 봐도 어느 것 하나 엠비엔이 문제 삼을 내용이 아니다.
‘자본금 증가’는 애초 불법으로 충당한 자본금 문제를 해소하려면 마땅히 해야 할 조처다. 또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엠비엔 경영진이 방통위 결정에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논리가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고용 불안’이다. 잘못을 저지른 건 최대주주와 경영진인데, 그 피해를 왜 엠비엔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이 입어야 하는가. 공모제도를 통한 방송전문경영인의 대표이사 선임도 공공성을 추구하는 방송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제도다.
이날 법원 판결 직후 엠비엔 노조는 성명을 내고 현 대표이사의 사퇴와 사장 공모제 즉각 실시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경영 투명성을 높여 불법 자금 모집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 방통위의 조치 사항이다. 판사가 아니라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사측은 사안을 오판하고 무모하게 법에 도전하여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노조의 쓴소리를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