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앞줄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의 대선 레이스가 상대 당 후보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막장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가뜩이나 ‘비호감 대결’로 조롱받는 20대 대선이 여야의 사활적 네거티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역대 최악의 ‘혐오 선거’로 흐르는 분위기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가족사’라는 특성과 여론 반응을 고려해 이슈화에 신중하던 지금까지의 태도를 전환해 이 문제를 선거전의 전면에 띄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지난 18일 ‘이재명은 합니다! 형수 쌍욕’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엔 “(이 후보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으로 갈등 겪던 형수에게 한 전화 내용”이라며 몇개의 욕설 발언이 발췌돼 담겼다. 앞서 국민의힘 선대위는 17일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음성 원본 파일 유포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질의회답 회신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차하면 음성 원본 파일도 틀 기세다.
윤 후보 쪽의 이런 대응은 제기된 의혹들을 상세히 소명하기보다, 상대방의 새로운 약점을 들춰내 이슈를 전환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는 이날도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한 질문엔 답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나. (질문을 하기 전에) 그런 부분을 잘 판단해달라”고 했다.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정당한 의혹 제기마저 봉쇄하려는 오만한 태도다.
김건희씨를 겨냥한 민주당의 검증 공세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선대위에서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증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결혼 전 사생활 의혹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이 후보 아들의 도박·성매매 의혹이 국민의힘의 ‘기획’으로 불거졌다는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을 편다.
이쯤 되면 ‘막장을 향한 경주’라는 말이 어울린다. 지금처럼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를 극한까지 키우려는 대선 레이스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승자가 누가 된다 한들 선거를 치르며 바닥까지 추락한 호감과 신뢰도로는 정상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권위를 확보하기가 난망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