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당 주도의 부동산 과세 완화가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합의해 이미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원)에서 11억원(16억원)으로 올리고 1주택자 양도소득세 과세기준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더니, 이번에는 내년 보유세 과세 때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금 부담 증가 속도 조절을 고민하는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투기 억제를 위한 보유세 강화와 공정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 같은 정책의 뼈대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
민주당의 과세 완화 추진은 대부분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정에 요청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 정부 들어 고가·다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급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종부세 폐지 검토와 재산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공약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요청에 민주당이 곧바로 화답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20일 당·정 협의를 마친 뒤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내년 세 부담이 늘지 않게 방법을 찾겠다’며, “2022년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것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내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또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 1세대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 유예에 대해서도 정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해연도 공시가격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놔두고 1년 전 것을 기준으로 과세하자는 것이다. 조세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보유세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공정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공시가격이 시가보다 크게 낮은 탓에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집값 급등 탓에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8% 올랐다. 내년도 공시가격도 적잖이 오를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면 세 부담 증가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모든 과세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1년 전의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과세한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의 의미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 된다. 눈앞의 표 계산에 급급해 정책 신뢰라는 더 큰 자산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