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21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며 “집권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또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도 했다.
동아일보 인터뷰를 보면, 윤 후보는 먼저 청와대 개혁 방안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 인원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석(비서관) 자리를 없앨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인 김건희씨 관련 문답이 몇차례 오간 뒤 ‘청와대 제2부속실도 폐지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비로소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제2부속실 폐지가 청와대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기보다 부인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꺼낸 얘기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이유다.
만약 윤 후보가 현재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의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2부속실 폐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15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가짜 이력을 작성·제출해 5개 대학에서 강사와 겸임교수로 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중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문서 위조’와 ‘사기’ 등 범죄 혐의까지 제기된다. 엄정하게 사실관계를 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다. 지난 16일 <에스비에스>(SBS)가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후보 배우자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국민이 60.4%에 이른다. 당연히 윤 후보와 김씨는 성실한 소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집권을 하면 ‘영부인’ 호칭과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하는 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김씨에 대한 검증 필요성의 이유로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지위’가 거론되니까, 아예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적 지위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운다. 외교사절과 소외계층 지원 등 대통령 배우자의 대내외적 역할은 국제사회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된다. 국내에서도 제2부속실이 엉뚱하게 최순실씨를 지원했던 박근혜 정부를 빼면,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보좌기구가 특별히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도 제2부속실 폐지가 공식 논의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제2부속실 폐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부인 의혹에 대한 진솔한 소명부터 내놓아야 한다. 지난 15일 “사실관계를 떠나 사과드린다”고 한 뒤 침묵하고 있는 김씨도 국민 앞에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