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당원들을 향해 박수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3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지난 7월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이은 두번째 유죄 판결이다. 대선 후보의 가족이 이처럼 죄질이 좋지 않은 범죄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후보 가족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윤 후보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최씨의 혐의에 대해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총 349억원)이고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행했으며,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기성 행각일 뿐 아니라 사법의 공정성까지 침해한 행위로 죄책이 무겁다는 것이다. 앞서 건강보험 재정을 편취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된 점까지 감안하면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여기에 윤 후보 부인의 ‘허위 이력’까지 더해졌으니 ‘가족 의혹’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듯하다. 공직 후보가 가족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처럼 반복적이고 다종다기한 부정행위에 대해 본인과 무관하다는 말로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더구나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검찰청이 이른바 ‘장모 문건’을 만들어 최씨를 비호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윤 후보의 공적 책임과도 연관되는 사안이다. 대검이 작성한 ‘장모 문건’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최씨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상한 수사’라고 표현하는 등 편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실이 오래 전에 드러났는데도 뒤늦게 수사·기소가 이뤄진 점도 석연치 않다.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도 공범들은 2015년 수사 때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최씨만 입건조차 되지 않아 불공정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씨가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검사 사위 덕에 특별 대우를 받아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이날 ‘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견해에 변함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시인하고 인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과잉 수사)는 아니다”면서도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 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늑장 수사’ 의혹에 대해선 “과거에 검찰에서 그 건으로 입건을 하지 않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제가 그런 취지를 국정감사장에서 말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마치 자신과 무관한 사건에 대해 논평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태도로는 국민의 분노와 의구심을 해소할 수 없다. 법 집행을 책임지는 검찰총장 출신이자 법치와 공정을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삼은 윤 후보인 만큼 그에 걸맞은 처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