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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번엔 민주화운동 폄훼, 민주주의 몰인식 드러낸 윤석열

등록 2021-12-24 18:15수정 2021-12-24 18:29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미화’ 망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망발을 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이 무지막지한 통치로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야만의 시대를 극복하고 어엿한 민주국가를 일군 우리 국민의 피와 땀을 모독한 것이다. 이쯤 되면 윤 후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기는 한 건지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지난 23일 전남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게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하는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은 당장 눈앞의 현실이었던 고문과 의문사, 언론자유의 압살, 노동·인권 탄압 등 폭정에 항거했던 것이고, 그 자체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행위였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윤 후보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윤 후보는 ‘수입된 이념’ 운운하며 색깔론까지 꺼내드는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수입된 이념’의 정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80년대 이념 투쟁에 사용된 그 이념들, 예를 들어서 남미의 종속이론도 있을 테고, 북한에서 수입된 주사파 주체사상 이론들도 있을 테고”라고 말했다. 80년대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빌미로 삼던 논리 그대로다.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이 친북·용공을 내세워 마녀사냥식으로 민주화운동 세력을 감옥에 가두고 간첩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했던 사실을 윤 후보는 기억하지 못하는가. 이념으로 낙인을 찍어 공격하는 색깔론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그동안 반복돼온 실언과 망언에서 보듯 윤 후보는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사고 틀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발언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소통 감각의 부족을 넘어 세계관과 인식 능력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정강에도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부정하는 정치세력이 민주사회에서 설 자리는 없다. 윤 후보는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민주주의관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고 엄격히 검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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