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계대출 총량한도가 재설정되면서 은행들이 새해 대출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우대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다시 낮추고, 사전 신청도 받고 있다. 대출 업무가 정상화되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금융당국과 은행의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올해보다 낮다. 연초에는 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다가 총량관리를 잘 못해 갑작스레 대출을 옥죄거나 중단하는 등의 파행이 내년에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체 꺾이지 않자 내놓은 대응이었다.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대출자,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전세대출을 총액에서 제외하고, 결혼·장례 등에 필요한 신용대출에는 특별한도를 두기로 하는 등 서민·실수요자 보호방안도 밝혔다. 지난 22일 발표한 내년 업무계획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금융상품에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서둘러 밝혀 대출 관리에 혼선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관리할 예정이다. 은행들도 이에 맞춰 목표치를 금융당국에 제시했다. 올해의 경우 금융당국 관리 목표치가 5~6%였는데,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8~9%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8월24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내년에는 이런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금융당국과 은행이 월별·분기별로 좀 더 촘촘하게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8월과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져 대출이 조금 억제되고 있다. 한은은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계가 대출을 늘리는 데 더욱 신중해지긴 할 것이다. 그러나 세입자에게 1차례 계약갱신권을 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나는 8월 이후, 전세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자를 내기 위해 빚을 더 늘리려는 사람들에게는 신속한 채무 재조정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