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27일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의 규모와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부 건물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규모와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27일 내놨다. 주식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불공정거래 행위가 만연해 있는 현실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 조처로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권한과 사후 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사경은 증권선물위원장이 ‘신속 이첩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넘긴 사건 중 검찰이 배정한 사건을 수사하는 금융감독원 내 조직이다.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2019년 7월 16명(금감원 10명, 남부지검 파견 6명)의 인원으로 출범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특사경 인원을 31명으로 두배 늘리고, 직무 범위도 증선위 의결로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과 자체 내사 뒤 증선위원장에게 보고한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확대한다.
금융위는 애초 특사경 출범에 반대한 바 있다. 금감원 직원이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를 댔으나, 실제로는 금융위 내부 조직인 자본시장조사단과 권한이 겹치고 금감원 조직이 커지는 것을 마뜩찮아 했다고 한다. 금융위는 이번에 특사경 인원을 증원하기는 했으나 금감원 직원을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7명 신규 배치, 남부지검 파견 인원 3명 증원으로 채운다. 자체 인지 수사 권한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직원 7명에게만 주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정도의 특사경 확대로는 커져가는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2019년 말 27조원에서 올해 3분기에 68조원으로,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는 같은 기간 2900만개에서 5200만개로 늘었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이른바 ‘주식 리딩방’ 관련 민원·피해는 같은 기간 1138건에서 231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특사경이 아닌 금감원 조사국은 디지털 포렌식 권한은 물론 현장조사권조차 없는 실정이다. 작전세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자자들을 우롱하는데 정작 금감원은 이들의 휴대전화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상장사 대주주와 경영진 등의 과장·허위공시와 내부자거래가 불공정거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매우 약하다.
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식시장 개혁 방안’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후보는 대주주·경영진과 내부거래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금전 제재 강화와 조사·수사 능력 확충을, 윤 후보는 증권 범죄의 수사와 처벌에 이르는 전과정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전 정부들도 선거 전에는 자본시장 투명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는데, 출범 뒤에는 흐지부지된 게 다반사였다. 후보 시절에만 주식 불공정거래 근절을 약속할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