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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준위 방폐장, 원전 지역 주민에게 ‘덤터기’ 안 된다

등록 2021-12-27 18:50수정 2021-12-28 02:02

지난해 6월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월성 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반대 및 주민투표 결과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울산 북구 주민들과 환경 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월성 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반대 및 주민투표 결과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울산 북구 주민들과 환경 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열린 제10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절차와 방법 등을 정한 것인데, 2016년 ‘1차 기본계획’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2차 기본계획 수립이 1차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출발한 것임을 생각하면 매우 실망스럽다. 더구나 이해당사자의 의견 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수립됐다는 비판이 1차 때와 똑같이 나오고 있고, 특히 원전 지역 주민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까지 덤터기 씌우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보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크게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부지 선정 절차 마지막 단계에 주민 의사를 최종 확인하는 주민투표를 넣어 부지 선정 기간을 12년에서 13년으로 1년 늘린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또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유치 지역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유치 지역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들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있어 왔던 내용을 조금 강화하고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

2차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원전 지역 주민들의 불신은 외려 커졌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에 대한 공론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는가 하면,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며 재검토위 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연 토론회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원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을 원전 부지 안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까지 발의돼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이 시설이 결국엔 영구저장시설이 될 거라고 의심한다.

저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을 놓고도 인천 굴업도와 전북 부안에서 대규모 충돌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완공 사례조차 없고, 알파선 방출 핵종이 그램(g)당 4000㏃(베크렐)이 넘는 고준위 방폐장이다. 가뜩이나 수십년째 불안 속에 살아온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2차 기본계획 역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부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적어도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고준위 방폐장까지 덤터기 씌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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