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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산재 인정’, 대학 당국은 자성해야

등록 2021-12-28 18:39수정 2021-12-29 02:33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숨진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숨진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가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인의 죽음을 ‘과로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이씨를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도록 서울대는 여러차례 부적절한 대처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앞으로 유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책임이 서울대 앞에 남겨졌다.

이씨는 숨지기 전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짜리 기숙사 건물을 오르내리며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여러 개 나르고, 화장실·독서실·샤워실 등의 청소도 도맡아왔다. 노동시간은 주 44시간55분으로, 노동부가 고시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감당했던 노동 강도를 두루 살펴 “업무시간만으로 산정되지 않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을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서울대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과 구두 착용 같은 ‘드레스 코드’와 영어 시험을 요구한 것도 ‘추가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지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전향적인 판단에 비하면 그동안 서울대가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학교 관계자들이 책임 회피에 그치지 않고, 고인과 동료 노동자 등에게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거나 “관리자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2차 가해성’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고인의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가해자를 경징계한 것도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판단과 뚜렷이 대비된다. 드레스 코드와 영어 시험은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던 서울대 인권센터도 학교 관계자들의 2차 가해성 글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은 이씨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여름, 제2공학관 청소노동자가 폭염 속에 에어컨도 없는 비좁은 지하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서울대는 여론에 떠밀려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고 휴게실 환경을 개선했지만,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필수노동자를 대학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다. 그들의 눈으로 노동환경을 살피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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