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 참석,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8일 “한국 국민,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런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현 정부에 들어서 중국 편향 정책을 들고 미-중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안 좋게 끝났다”고 덧붙였다.
도무지 한 나라를 이끌어보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야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맞대응 등으로 한-중 간의 비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걸 유력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중 양국의 갈등을 기정사실화하고 불신만 조장한다.
미국 기업인들 앞에서 우리 정부의 ‘중국 편향 정책이 문제’라는 일방적 주장을 한 것도 우려스럽다. 미-중 경쟁이 격화될수록 외교적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 잘 보이겠다고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되는 말을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만약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불안하다. 윤 후보는 언제까지 이런 경솔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칠 건가. 국가 지도자를 꿈꾼다면 정제된 발언을 하는 것부터 배우기 바란다.
윤 후보는 밖에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할 게 아니라 티브이(TV) 토론에 나와 자질과 식견,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토론을 피하고 있다.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선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 거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장동 의혹 관련)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가 물타기하려는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이는 건 야당 후보로서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주장했다. 아직 피의자로 입건되지도 않은 경쟁 후보를 ‘중범죄자’라고 공격한 것도 도의에 어긋날뿐더러, 이를 토론 거부의 이유로 대는 것은 구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태도로는 윤 후보가 토론에 자신이 없어서 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만 키울 뿐이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