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전환기의 대선, 주권자의 냉철한 판단 절실하다

등록 2021-12-31 18:43수정 2022-01-02 10:19

코로나, 부동산, 불평등, 기후위기 등 산적한 난제들
앞으로 나아가느냐 퇴행하느냐 결정짓게 될 분기점
후보들 남은 두달만이라도 희망 주는 선거전 펼쳐야
국민들도 누가 더 나은지 판별하는 노력 포기 말길
지난 11월26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해변에서 바라본 해돋이. 연합뉴스
지난 11월26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해변에서 바라본 해돋이. 연합뉴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이토록 무거운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위드 코로나’ 시작과 함께 일상 회복의 희망을 잠시 품었으나, 최악의 대유행이 찾아왔다.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2021년을 떠나보내는 마지막날, 강화된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됐다.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속이 새까맣게 타버렸을 자영업자들에게 지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새해에는 정부가 더 이상 찔끔찔끔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 이들의 희생에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해가 바뀌는 것도 잊고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방역요원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확진자 급증세가 누그러지고 있다. 서로 배려하고 돕는 연대의 정신으로 새해엔 우리 모두 온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능한 리더십을 창출하는 일이다. 코로나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면서 동시에 일상 회복을 앞당기는 일은 말로 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과 의료 대응에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 되며,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지원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방역과 일상 회복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려면 균형감과 추진력을 겸비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코로나 대응과 함께 절실한 민생 과제는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이다. 폭등한 집값이 집 없는 이들과 청년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의 대가는 싼데 부동산 가격은 턱없이 비싼 나라, 국민들의 관심을 집과 땅이 온통 빨아들이는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치솟던 집값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우선 집값을 확실하게 떨어뜨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집 걱정 없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주거 복지’를 실현할 책임이 있다.

소득·자산 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해묵은 난제인데 코로나 대유행이 2년째 이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른바 ‘코로나 불평등’이다. 빈부 격차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빈곤과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고 싶다. 창의적 대안까지 내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막연한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기후위기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기존 체제로부터 ‘거대한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진정성 있는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하는 첫걸음을 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후보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도 이대로 방치하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갈수록 격해지는 미-중 신냉전 속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외교·안보 역량 또한 다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자질이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처럼 우리 사회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나아가느냐 퇴행하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이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 거부하는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훨씬 크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보다 ‘더 암담해질 세상’을 피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가장 큰 책임이 후보들에게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도 국정 운영을 위한 자질과 능력,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정책 공약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잇단 실언과 막말로 실망만 키우고 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검찰과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윤 후보는 여기에 더해 ‘가족 리스크’까지 심각하다. 모든 게 후보들이 자초한 상황이다.

후보들과 각 정당에 당부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전을 펼쳐달라. 진영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얄팍한 수를 버리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해달라. 불법·비리 의혹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의혹을 쏟아내는 ‘저질 네거티브’를 중단해달라. 여기에 현혹돼 표를 줄 만큼 어리석은 국민은 없다. 비호감만 더 키울 것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하기 바란다. 물론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은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칼에 정리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다. 그런 비책이 있었다면, 여태껏 숨겨져 있겠는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포장만 화려한 공약들은 뒤로 물리고 현실의 바탕 위에서 치열한 고민과 창의적 발상을 통해 나온 대안을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남은 두달만이라도 이번 대선을 당면 과제의 해법과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늘 그래왔듯이 최종 선택과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비호감 대선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그래도 누가 더 적합한지 판별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기울이기 바란다. 언론의 책임이 무겁다. 오로지 정론직필만으로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후보들의 분발과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이번 대선이 앞으로 5년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