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대 대선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실현 등 ‘대선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5개 진보 정당이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9일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민주노총 등은 직접투표와 여론조사 7 대 3 비율 경선으로, 정의당은 100%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며 이견을 보였다. 7일 재논의에 나선다.
대선 후보 등록일(2월13일)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각 당의 처지가 달라 합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분열과 갈등을 겪던 진보 정당들이 지난해 9월 ‘2022 대선 공동대응 기구’를 발족하고, 단일화 논의에 함께 나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다.
이번 대선을 놓고 많은 이가 ‘역대 최악의 대선’ ‘비호감 대선’이라 말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연일 반노동·반인권 망언 등 퇴행적 언행을 반복하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도 표’를 얻겠다며 부동산 세금 감면 등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유권자들은 진보 정당으로 좀처럼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다. 우리 정치의 오랜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진보 정당의 책임 또한 크다.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4년 총선 때 노회찬 후보의 “불판 갈아야 할 때”라는 말이 큰 울림을 줬으나, 이번 대선에선 아직까지 진보 정당이 유권자들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5년 전 ‘촛불 민심’으로 새 시대가 열리리라 기대했으나, 집값 폭등과 불평등 악화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정당이 희망과 대안이 돼야 한다. 이번 단일화 논의를 계기로 진보 정당이 나의 삶에 관심을 갖고 내 문제를 해결해주려 애쓴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울러 이번 단일화 성패와 상관없이 6월 지방선거 공동대응 방안 등 진보 정당 간 연대가 이어지길 바란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은 “광야에서 천막생활을 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진보 정당이 집권해 세상을 바꾸는 꿈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또 “나는 여기에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진보 정당이 ‘그 꿈’을 잊지 말고, 이번 대선에서 당당히 나아가길 바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이 1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고 노회찬 전 의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