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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한 EU, 우리와는 사정 다르다

등록 2022-01-03 18:44수정 2022-01-04 02:32

지난해 10월 벨기에 도엘의 전력선 옆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벨기에 도엘의 전력선 옆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분야를 정하는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켰다. 독일 등의 강한 반발에도 회원국 과반이 찬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ESG) 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택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그 못지않게 침소봉대를 경계해야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것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30일 원자력을 제외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확정했다.

무엇보다 유럽연합이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전 포함 여부는 지난해 내내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에 큰 갈등을 빚었다. 독일 등 탈원전을 추진해온 국가들은 강하게 반대한 반면, 프랑스와 핀란드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은 찬성했다. 찬성 쪽은 하나같이 원전 의존율이 매우 높은 국가들이다. 프랑스의 경우 70%가 넘는다. 찬반이 팽팽하던 분위기가 바뀐 데는 지난 10월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것도 영향을 끼치기는 했으나, 이번 초안은 유럽연합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절충한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

유럽연합 초안에 담긴 까다로운 전제조건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신규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자금, 부지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서 신규 원전이나 원전 수명 연장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고, 경제성을 갖추기도 대단히 어렵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선 2011년부터 원자력 전기가 재생에너지 전기보다 비싸졌다.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를 들어 국내 일부 언론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린다고 공격하고 있다. 원전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에너지 믹스’ 전략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찾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율은 2000년 40%에서 지난해 29%로 낮아졌다. 반면 원전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추가 부지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최근 기존 원전 부지 안에 임시저장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맞는 그린 택소노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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