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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뒤늦게 안전 대책 내놓은 한전, 책임도 분명히 져야

등록 2022-01-10 18:14수정 2022-01-11 02:32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전 실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봇대 작업 도중 감전으로 숨진 한전 하청 노동자 김다운(38)씨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전 실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봇대 작업 도중 감전으로 숨진 한전 하청 노동자 김다운(38)씨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김다운(38)씨가 전봇대 작업 도중 특고압 전기에 감전돼 숨진 데 대해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9일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사고 발생 두달여 만이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한전 사장이 사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사고가 공론화되자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사과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후속 조처를 내실 있게 해나가야 한다.

한전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동자가 전력선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간접 활선’ 방식으로 100% 전환하고, 절연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1 공사현장, 1 안전담당자 배치’ 원칙도 적용하기로 했다. 진작에 시행됐어야 할 원칙들이다. 한전은 이미 2016년 감전 사고 위험이 큰 ‘직접 활선’ 작업을 2021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비중이 30%나 된다. 지난해 한전의 사고 사망자는 8명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말로는 안전을 강조해왔지만 실행 의지는 턱없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전의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승일 사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한전은 도급인이 아니라 발주자”라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법상 도급인은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법적 책임을 지는 반면 발주자는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주장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법적 책임은 부인하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미 협력업체와 함께 한전도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한전 사장과 통화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라 해도 원청의 책임을 최대한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 한전은 전기공사업법상 직접 수행할 수 없는 공사를 외주업체로 넘기고 있는데 이런 공사가 한해 28만건에 이른다. 김다운씨가 한 작업도 지난해까지 한전 본사가 맡았다가 외주화했다고 한다. 소규모 하청업체가 많고 한전의 안전 관리도 소홀한 탓에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2016~20년 사고 사망자 39명 가운데 본사 직원은 단 한명뿐이다. 원청 책임 강화와 더불어 외주화를 최소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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