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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대·기아차 ‘순정부품’ 허위·과장, ‘경고’에 그칠 일인가

등록 2022-01-13 18:26수정 2022-01-13 18:48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모습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모습

현대·기아차가 완성차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이른바 ‘순정부품’이 아니면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며 사용에 부적합하다고 차량 취급설명서에 표시해온 것이 ‘거짓·과장 표시’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경고’ 조처하기로 12일 결정했다. 소비자단체가 문제 제기를 한 게 벌써 9년이 다 돼가는데 이제서야 시정 조처가 이뤄졌으니 너무 늦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입은 손실에 비해 공정위의 처분도 너무 가볍다. 경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기아차는 자사 차량의 취급설명서에서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표시를 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가 “규격품을 포함한 상당수 비순정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실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표시광고법 5조1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거짓·과장 표시를 해온 것은 소비자들에게 비싼 ‘순정부품’을 쓰게 유도하여 부품 공급자인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이익을 보게 하는 일이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는 중소기업들한테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순정부품’이라며 공급해왔다. 2013년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위의 위탁을 받아 조사한 것을 보면 ‘순정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대기업 부품 계열사가 최대 1.83배 비싼 수리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이번 조처는 2019년 9월 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의 신고에 따라 심의가 이뤄진 결과인데, ‘경고’는 제재의 실익이 없는 경미한 처분이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 부품이 사회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2018년 11월 이후 출시한 차량에는 이런 표시를 삭제한 점을 참작했다고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두 회사는 기존 차종이 연식 변경된 경우 해당 표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공정위가 불법 행위를 오랫동안 방치해 소비자 피해를 키워 놓고는 별것 아닌 일로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비싼 부품 값을 치러온 소비자와 비순정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차량 수리 때 소비자의 부품 선택권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후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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